susuyeaboutcontact
intervieweventjournal


journal 


0102030405
essay 04
feb. 2026


루이지애나 미술관, 코펜하겐
코펜하겐 수수지기


덴마크 여행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검색되는 것 중 하나는 루이지애나 미술관이다. 내가 덴마크에 살면서 가장 많이 가본 미술관도 루이지애나 미술관이다.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에는 연간 회원권을 구매해서 다녔고, 대학원을 다닐 때는 학교 학생증이 있어 무료로 다녔고, 졸업 후에는 29살 이하에게 제공하는 연간 회원권을 구매해서 다니고 있다.

매번 145덴마크 크로네(3만 3천 원)의 입장료를 내며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워,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회원권을 260덴마크 크로네(5만 9,100원)에 구매했다. 물론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한 해에도 열리는 수많은 전시들을 볼 수 있다는 점과 카페와 상점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생각하면 꽤 실리적이다. 하지만 이 멤버십이 나에게 더 의미 있었던 건, 언제든 계절을 듬뿍 느끼고 싶을 때 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글을 작성하려고 사진을 정리해 보니,  7년을 걸쳐 14번을 루이지애나에 갔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모두 방문했다. 어릴 적 한국에서 체득해온 계절을 즐기는 방식은, 덴마크에서의 삶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덴마크도 사계절이 있기는 하지만, 흐린 날씨들이 대부분이라 봄과 가을이 조금은 늘어져 있다는 감각이 더 크다. 각 계절이 꽤나 극적인 한국과 비교하면 같은 사계절이지만 전혀 다른 계절감이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코펜하겐의 도심 근처에도 변화하는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있지만, 루이지애나에 가서 느끼는 계절이 더 극적으로 느껴진다. 그건 아마,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44분의 시간 동안 하는 경험이 한몫하지 않을까 한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해안선을 따라 줄지어 있는 10개의 역을 지난다. 이때 창밖으로 보이는 한적한 교외 풍경은 미술관으로 향한다는 설렘 위에 흩날리듯 얹힌다. 봄에는 비가 왈칵 쏟아질 것 같은 하늘이, 여름에는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바스락거림이, 가을에는 해를 마주한 순서대로 변하는 낙엽 빛이, 겨울에는 아직 한 번도 밟히지 않은 눈밭이. 일행과 함께 그 계절의 풍경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성근 시각 기억들을 한데 모아준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계절을 간직한 채로 걷다 보면, 10분 뒤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도착한다. 마침내 도착한 이곳은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외레순 해협을 향하고 있다. 미술관 자체도 바다를 향하고 있어서, 마치 새 둥지 안에서 바닷바람을 맞는 것 같다. 외부 공간으로 나서면 그 계절의 바람이 갖고 있는 온도, 습도, 세기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때 외부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은 액자가 되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공간을 보게 한다. 방문할 때마다 보는 같은 창이지만, 다른 계절을 풍긴다. 루이지애나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뜨는 자코메티 작품 앞의 창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덴마크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보실 미술관일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루이지애나를 즐기는 방식을 소개해 봤다. 이렇게 루이지애나가 갖고 있는 지리적 위치와 건축적 특징은 또다시 루이지애나를 가고 싶게 하는 이유가 된다. 비가 오든지, 흐리든지, 맑든지, 쾌청하든지.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 간다는 건 참 특별한 경험이다. 언제 방문하시든, 전시와 함께 그 계절을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이 되기를!





susuye
living archive collec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