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수수예의 인터뷰는 단순한 질문과 답변의 형식을 넘어, 삶과 일, 신앙이 만나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입니다. 창작을 지속하고자 하는 이들이 어떻게 창작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신앙이 어떤 모습으로 함께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마음으로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삶을 비추며 위로와 영감을 나누고, 다시 나아갈 용기와 소망을 함께 찾아갑니다.
이음새 짓기
nov. 2025
[1부 창작자로서의 지민은?]
수수예
지민은 어떤 분인지 궁금해요.
지민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수예
지금 하고 계신 일이나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민
작년 10월 달에 입사를 해서 참여한 전시로는 «론뮤익», «MMCA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정영선과 협업자들» 베니스, «김창열»이 있어요. 그리고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외부 프로젝트로는 «힐튼서울 자서전»전시가 있는데, 현재 피크닉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수수예 이전에 전시 공간 디자인 쪽에서 일해보시거나 배워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지민
저는 원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가구나 공간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석사 지도교수님께서 디자인 큐레이팅을 함께 하시는 분이셔서 자연스럽게 전시 쪽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전시와 가구를 함께 다루다 보니 전시 공간 자체에 흥미가 생겼고, 전시 기획과 공간 디자인 모두 경험하게 되었어요. 대학원 시절엔 이런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좀 복합적인 방향으로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수수예
가구를 중심으로 공간을 이해하고 확장하는 접근이 독특한데, 지민님은 이 과정에서 특히 어떤 세밀한 요소에 주목하시나요?
지민
저는 아무래도 공간을 볼 때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건축이나 인테리어 전공자들이 큰 맥락에서 공간 전체를 바라본다면, 저는 가구를 기반으로 접근하다 보니 사용자의 시선이나 손이 닿는 범위 같은 세밀한 요소들에 더 주목하게 돼요. 그래서 일하면서도 그런 관점의 차이를 자주 느끼는 것 같아요.
[2부 지금의 지민은?]
수수예
입사 후 1년 동안 하신 전시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지민
사실 아직 입사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모든 전시가 각기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베니스 정영선’ 전시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입사 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참여했던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거든요. 그 전시는 예산 문제 때문에 모든 제작을 한국에서 마친 후, 베니스에서 조립해서 완성했어요. 설치는 제가 직접 가지 못했지만 나중에 개인적으로 여행 겸해서 현장을 보러 갔어요.
그때 제가 디자인한 전시가 실제 공간 안에 구현되어 있는 걸 마주했을 때의 벅참이 정말 컸어요. 처음으로 제 디자인이 완전한 형태로 구현된 순간이기도 했고요. 또 문화재 건물 안에서 진행된 전시라 제약이 많았어요 — 설치나 시공에도 여러 제한이 있고, 허가 절차도 복잡했거든요. 그런 과정을 하나씩 넘기며 완성된 전시를 직접 보니까 정말 뿌듯했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예요.
수수예
전시 디자이너로서 늘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다 보면 영감을 꾸준히 얻는 게 중요한데, 지민님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받으세요?
지민
보통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는 특히 다른 사람들이 놓쳤을 만한 포인트나, 제 눈에 특별하게 느껴지는 매력적인 요소들을 발견하려고 해요. 그런 부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일상 속에서 흥미로운 구조나 형태를 발견하면 사진으로 많이 남겨둬요. 가구나 구조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런 게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나중에 사진첩을 다시 보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도 있고요.
수수예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싶은 이유와,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지민
국현에 입사하기 전에는 큐레이터로 일했었는데, 그때도 '큐레이터 박지민'보다는 '디자이너 박지민'으로 저를 소개하려고 했습니다. 큐레이터보다 디자이너가 제게 더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이유는,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디자이너로서 보면,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나 접근 방식이 저에게 더 맞는다고 느껴요. 물론 예쁜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 이상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고, 영향력을 주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래서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지만, 그 과정 자체가 디자이너로서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수수예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나 단기 프로젝트를 넘어서, 5년, 10년 뒤 디자이너 박지민으로서 무엇을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고민하고 계신가요?
지민
사실 국현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조금 모호해진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저는 과거에 전시 기획을 하거나 작품을 만들 때 항상 복음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기본적으로 말씀이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이 있으면, 시각적이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라고 느꼈죠.
하지만 전시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는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느껴요. 그래서 5년, 10년 뒤를 생각할 때, 그 비전—즉 하나님의 마음을 전하는 사람으로서의 저 자신—을 기준으로 제 정체성을 정의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제 직업 안에서도 그 비전이 더 잘 드러나길 바라고 있어요.
수수예
지민님께서 느끼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그 마음을 통해 디자인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지민
사실 아직 딱 한 가지 마음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저는 항상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하나님과 저, 그리고 우리가 맺는 관계요. 단순히 하나님을 믿는 걸 넘어서, 실제로 관계를 맺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런 관계가 우리 삶 속,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고요.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그분과의 이야기가 쌓여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부분들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에요.
수수예
지민님께서 느끼시는 하나님의 마음과, 그 마음을 통해 디자인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지민
사실 아직 딱 한 가지 마음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저는 항상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하나님과 저, 그리고 우리가 맺는 관계요. 단순히 하나님을 믿는 걸 넘어서, 실제로 관계를 맺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런 관계가 우리 삶 속, 세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하고요.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그분과의 이야기가 쌓여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런 부분들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편이에요.
수수예
신앙이 창작에 영향을 준다고 하셨는데, 그 영향이 결국 관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주실 수 있나요?
지민
저는 신앙이 창작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사실 창작이라는 영역은 하나님의 완전한 영역이고, 우리가 하는 것들은 그분의 창조를 모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느끼는 게, 이 영역은 어떻게 보면 타락하고 무너질 수도 있는 동시에, 크리스천이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특히 미술이나 음악 같은 분야는 한 끝 차이로, 쉽게 벗어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온전한 영역이기도 해서 그 균형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수수예로부터]
[수수예로부터]는 인터뷰 이후 수수예가 인터뷰이에게 레퍼런스를 통해 보내는 편지입니다.
*Charles and Ray Eames : powers of ten
* Pihlmann Architects 2025 Venice Architecture Biennale Danish Pavilion Make Materials Matter